[인물레이더]칠레독재자 피노체트,끝없는 권력의 화신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2)가 10일 73년 유혈쿠데타 이후 25년간 독식하던 군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와 함께 65년간의 군생활을 마감하면서 11일 종신 상원의원으로 취임했다.

피노체트의 상원의원 변신을 보는 칠레국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가 상원의원이 되겠다고 밝힌 7일 이후 많은 시민과 좌익정당원은 물론 중도우파인 집권 기민당 당원까지 연일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73년 8월 살바도르 아옌데대통령에 의해 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된 피노체트는 불과 19일만에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그때부터 90년까지 집권기간중 그는 좌익소탕 의회해산 정당활동금지 등 무자비한 공포정치를 휘둘렀다.그가 90년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들어선 기민당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피노체트 집권 당시 3천2백여명이 실종 사망하고 10만여명이 불구자가 됐으며 1백만명 이상이 국외로 추방됐다.

피노체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집권 당시 ‘손질해둔’ 헌법 덕택에 권력을 누리고 있다. 상원의원 취임도 ‘6년이상 재임한 전직 대통령은 종신 상원의원이 될 수 있다’는 헌법 규정에 따른 것.

피노체트 집권 당시 고문을 당하는 등 박해를 받았던 일부 상원의원들은 “의회를 해산했던 독재자가 종신의원이 되는 것은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그를 상원에서 몰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피노체트를 지지하는 우익계 의원들이 재적의원 50명인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군부까지 그의 편이어서 늙은 독재자가 상원에서 쫓겨나는 망신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자룡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