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마침내 작아졌다/……/우습지 않을 때 가장 크게 웃을 줄 알고/슬프지 않은 일도 진지하게 오랫동안 슬퍼할 줄 알고/기쁜 일은 깊숙이 숨겨 둘 줄 알고/모든 분노를 적절하게 계산할 줄 알고/속 마음을 이야기 않고 서로들 성난 눈초리로 바라볼 줄 알고/아무도 묻지 않는 의문은 생각하지 않을 줄 알고…〈김광규의 ‘작은 사내들’에서〉
봄바람이 달다. 책과 밤들이 노니다가 비디오와 한판 씨름. 낮엔 들과 산으로 떠돌다 소주와 신음한다. 신새벽 베란다 앞에서 우두커니 담배 한대. ‘끈’ 떨어진 사내들의 발소리가 어지럽다. 쓸쓸하구나. 우리들 중년의 오후.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 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