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35)

  • 입력 1998년 2월 8일 20시 48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03〉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양탄자를 깐 넓은 홀이 나타났습니다. 홀 주위에는 휘황하게 불을 켠 램프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보석과 금으로 장식한 촛대에는 수많은 촛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객실이 나타났는데,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객실 벽에는 두 줄로 늘어선 나뭇가지 모양의 촛대가 있었는데, 촛대에 꽂힌 가느다란 초에서는 은은한 빛이 퍼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객실 안쪽은 복도로 통해 있고, 거기에는 진주며 보석으로 장식한 노가주나무 침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침상에는 가장자리를 진주로 선을 두른 비단 모기장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침상에 드리워진 모기장을 제치고 너무나도 아름답고 앳된 여자 하나가 나왔습니다. 그 아름다운 처녀를 보는 순간 저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정말이지 그 처녀는 만월같이 아름답고, 떠오르는 태양같이 빛나고, 막 피어나는 장미꽃같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볼에 아른거리는 장밋빛, 시름겨운 눈빛, 가냘픈 허리, 한껏 부풀어오른 젖가슴, 정말이지 키스라 제왕의 새색시인가 싶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저택과 처녀를 보자 저는 비로소 노파가 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하여 노파를 돌아보았습니다만, 그때 그 앳된 처녀가 사뿐사뿐 저에게로 다가오더니 더없이 아리따운 동작으로 제 손에 입맞추며 말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리운 분! 언니에 대해서는 소문을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잘 오셨습니다. 뵙게 되어 기쁘기 한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한 처녀는 저를 자신의 곁에 앉혔습니다. 처음에 저는 낯선 처녀와 이야기하는 것이 약간 서먹서먹했습니다. 그러나 그 처녀가 원체 상냥하고 친절하였기 때문에 저는 금방 그녀와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아는 다정한 친구 사이이기나 한 것처럼 아무 격의 없이 웃음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녀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더없이 즐겁고 유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문이 열리면서, 아름다운 옷차림을 한 청년 한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그를 보자 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는 미남의 전형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미목이 수려하고, 키는 훤출하였으며, 몸매는 더없이 균형이 잘 잡혀 맵시가 요조하였습니다. 몸가짐은 부드럽고 기품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끌고, 눈빛은 신의 눈도 즐겁게 하는 마력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청년의 아름다운 눈에는 깊은 시름에 잠겨있는 것처럼 우수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낙원의 숲 속에서 외톨이가 된 사슴 같았습니다. 그 너무나도 멋진 청년을 보자 저는 정신이 아찔하고, 걷잡을 수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숨길마저 가빠졌습니다. 그를 보는 순간 저는 첫눈에 반하여 사랑에 빠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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