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에도 불구하고 TV프로그램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방송시간이 하루 2시간 줄었을 뿐 오락프로의 과다 편성이나 사치 조장, 선정성 추구 등 과거 폐해는 그대로다. 온 가족이 모인 주말 저녁에 방송되는 10대 대상의 쇼프로가 그 대표적 사례다. 시청자들은 여전히 현란한 춤과 조명, 기성 괴성으로 가득찬 이들 쇼를 접하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국가위기 극복 동참을 밝힌 방송사의 공언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MBC가 토 일요일 저녁에 내보내온 ‘인기가요 베스트 50’과 ‘특종 연예시티’ 두 프로를 폐지키로 한 것은 10대 위주의 방송제작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징적 조치로 높이 살 만하다. 그동안 국내 TV는 소비성향이 강한 10대를 주요 시청층으로 정하고 이들을 겨냥한 프로를 양산해왔다. 이들 프로는 높은 시청률과 광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보증수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프로에 국적조차 불분명한 춤과 노래, 의상이 판을 치면서 청소년 사이에 사치와 과소비를 부추기고 건전한 정서 함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TV사들은 이를 알면서도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달린 나머지 쉽사리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MBC의 결단이 여론을 의식한 일시적 조치에 그쳐서는 절대 안되며 다른 방송사까지 확산되어야 마땅하다. 차제에 다른 프로에도 10대들에게 유해한 내용이 없는지 살펴 TV가 10대 위주의 비정상적 편성에서 탈피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방송사가 할 일은 보다 차분하게 국민을 국난극복의 길로 이끄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송은 ‘인기’보다는 ‘유익함’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