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포니2」 17년째 타고있는 곽효무씨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멀쩡한 차를 왜 바꿉니까. 2002년 월드컵 때까지는 거뜬히 탈겁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에서 ‘용호사 건재한약방’을 운영하는 곽효무(郭孝武·55)씨는 포니2 승용차를 17년째 타고 있다. 82년9월 4백50만원에 구입한 이 차는 17년된 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말짱하다. 지금까지 엔진 등 주요부품을 교체하지도 않았고 도색도 한 적이 없다. 주행거리는 예상보다 훨씬 짧은 8만㎞. 한약방과 집이 한 건물에 있는데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먼곳에 약재를 구입하러 갈 때나 고향에 다녀올 때만 이 차를 이용한다. 교차로에서 멈춰있을 때면 주위 사람들이 신기한듯 쳐다보기도 하고 ‘지독한 사람’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그의 검약정신과 이 차에 대한 애정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차 좀 바꾸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차를 닦고 다른 차에 받힐까봐 공용주차장에는 세워두지도 않는다. 82년 곽씨에게 이 차를 판매한 이일근씨(현대자동차 전주 경원동영업소)도 수년전까지 새차가 나올 때마다 찾아왔으나 이제 두손을 들고 말았다. 곽씨에게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다면 포니2가 10여년 전에 단종됐기 때문에 부품을 구입하기가 어렵다는 점. 얼마 전 백미러를 교체할 때는 잘아는 부품점에서 전국에 수소문, 보름만에 청계천에서 구해줬다. “그동안 놀림도 많이 당했지만 요즘은 ‘존경스럽다’며 인사를 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걸 보면 세상이 바뀐 것 같다”는 김씨는 “3∼4년도 안된 차를 바꾸고 분수에 맞지 않는 과시욕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든 한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