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더 타임스/EU국경개방 불법이민 후유증

  • 입력 1998년 1월 12일 08시 29분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 축제무드 속에서 유럽연합(EU)내 국경자유지역을 의미하는 셴겐조약에 가입했다. 4월이면 이탈리아는 EU내 다른 국가로 통하는 모든 육로와 해로를 개방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기는 이르다. 셴겐조약에 가입한 지 1주일도 안돼 터키와 이라크내의 쿠르드족과 파키스탄인 등 많은 민족들이 보트를 타고 이탈리아 해안으로 몰려들어 골치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들의 유입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탈리아가 쿠르드난민들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고 스칼파로 대통령이 이들을 환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터키가 분노를 터뜨렸다. 터키는 그들이 정치적 난민이 아니라 범죄조직에 3천파운드씩을 지불하고 불법으로 건너간 ‘경제적 이주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도 그들의 유입에 마피아가 개입된 것으로 믿고 있다. 이번 난민들의 불법유입은 이탈리아의 국경관리에 대한 의구심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탈리아의 이민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불법이민자들을 체포할 수 없으며 15일내에 이탈리아를 떠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전체 이민자의 80%는 주변국가로 떠나버리고 만다. 셴겐조약은 이론상 역내 국민들의 자유왕래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는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마약거래와 범죄조직이 성행하고 또한 이번 경우처럼 불법이민자들이 유입되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최근 EU 전지역에서 ‘문을 거칠게 닫아거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내무장관과 경찰총수들은 셴겐조약의 지탱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난달 조약에 가입한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국경에 대한 순찰을 강화했다. 프랑스도 국경에 진압경찰을 배치했다. 독일 야당은 조약의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럽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예기치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유럽단일통화 신봉자들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정리·런던〓이진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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