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실직 감봉…. 세상이 온통 우울한 이야기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생길 수 있는 건강 관련 문제 중에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스트레스다. 이번 ‘IMF스트레스’는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흔한 스트레스와는 달리 강도 높은 만성 스트레스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주의가 요구된다.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익히 알고 있듯 외부에서 오는 좋지 않은 자극을 뜻하는데 그 말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반응이다. 똑같은 스트레스가 와도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양하다. 스트레스 빈도가 가장 높다는 직장상사의 꾸지람도 그렇다. 잘 삭이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여 술집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아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영양부족 상태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영양이 충분한 상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비해 수십∼수백배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그나마 부족한 영양분이 몸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흡수된 영양분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스트레스에는 신체적(Somatic)인 것과 정신적 원인(Psychogenic)에 의한 것이 있다. 신체적인 것으로는 더위나 추위,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 누적된 과로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라고 하면 정신적 원인에 의한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급성 스트레스와 장시간에 걸쳐 연속되는 만성 스트레스가 있다. 만성 스트레스는 질병을 일으키고 심하면 정신질환까지 유발하며 노화현상을 촉진한다.
사람의 몸은 평형을 지키게 되어 있고 또 주기적인 리듬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생물 항상성(恒常性·몸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특성)을 유지한다.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이런 생물 항상성의 균형이 깨지는데 급성 스트레스인 경우 깨진 균형은 바로 원상 회복된다. 사람의 몸은 생물 항상성이 깨질 때 원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경향, 즉 ‘스스로 치료하는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만성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생물 항상성의 균형이 계속 깨져있는 상태가 된다. 이에 따라 몸이 쇠약해지며 각종 병에 걸리기 쉽고 우울증 기억력 상실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올 수도 있다.
모든 스트레스는 두뇌로 들어오고 스트레스 반응 또한 두뇌에서부터 시작한다. 스트레스가 두뇌에서 감지되면 두뇌의 한부분인 시상하부(視上下部)와 뇌하수체 전엽, 부신(副腎)피질로 자극이 이어져 당성(糖性) 코르티코이드, 코티솔 혹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불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 스트레스 호르몬은 우리가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총동원령이 내려져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당성 코르티코이드라고 부르는 것은 이 호르몬이 위기 상황에서 당(당)의 신진대사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즉 단백질과 축적된 지방을 당으로 바꾸고 혈액순환을 증가시켜 두뇌로 하여금 외부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험동물에서 신장위에 있는 부신을 제거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돼 결국에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외부의 위협에 대해 몸을 보호하는 좋은 물질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이런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돼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친다. 즉 병을 악화시키고 암이나 중풍 심장질환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다음회에는 만성 스트레스가 무슨 병을 일으키며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강성중(전 뉴욕 마운트사이나이의대 교수·미국 바이오다인연구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