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윤종구/국민회의에 쏟아지는 민원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대선이 끝난 후 ‘집권당’이 된 국민회의 종합민원실은 눈코뜰새없이 바빠졌다. 평소 하루평균 7,8건에 불과했던 민원이 선거이후 전화민원까지 포함해 1백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때문에 국민회의 당사 2층 민원실은 항상 방문객들로 붐비고 책상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민원서류가 가득 쌓여있다. 민원인의 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민원인의 성격도 다르고 민원내용도 차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개인이나 집단의 억울한 사연이나 공무원에 대한 제보 등 ‘야당식 민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예산’이나 ‘권력’의 뒷받침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여당식 민원’이 부쩍 많아졌다. 옛날 같으면 당사에 찾아오는 것조차 남들이 볼까봐 꺼리던 경제단체나 기업 등도 아쉬운 소리를 하기 위해 서류봉투를 들고 찾아온다. 지난달 말에는 국내 굴지의 K기업 J건설 D제약 등 36개 기업이 공동으로 “지급보증을 해준 K증권의 영업정지로 회사가 파산위기에 처했으니 영업정지 처분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해왔다. 충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주 “환경보호를 위해 그린벨트 축소에 신중을 기하고 국립공원관리업무를 내무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은행대출금 상환연기, 외국환관리규정 개선, 아파트 재건축결정 재심의, 국가유공자 지정, 군대내 제도개선 요구 등 과거 여당으로만 향하던 민원이 하루아침에 국민회의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쏟아지는 민원 중에는 얼토당토 않은 내용이나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억지민원도 부지기수다. ‘집나간 아내를 찾아달라’ ‘새정부에서 요직을 달라’는 막무가내식 민원에서부터 ‘온국민이 한복을 입게 하라’는 불가능한 민원까지 밀려와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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