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98정국②]정계개편 함수…불안한 巨野행보

입력 1998-01-03 20:28수정 2009-09-2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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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티코자동차 엔진에 그랜저 차체를 얹은 모습의 기형 정당이 됐다. 원내 과반 의석을 가졌으나 확실한 구심점도 없는 야당이 우리 정치풍토에서 그대로 존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한 의원의 말처럼 여소야대(與小野大)는 우리 정치인들에게 부자연스런 구도다. 여당생활을 오래 해본 한나라당 사람들이 여소야대의 부자연스러움을 더욱 잘 안다. 작년 대선 이후 형성된 신(新)여소야대 구도가 올해 정계개편의 ‘가로축’을 이루게 될 것이란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자연스러운 상태로 회귀하려는 정치의 복원력이 정계개편의 기본 동인(動因)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한나라당은 단일야당으로선 사상 최대의 의석(1백65석)을 갖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야당체질에 익숙지 못한 점도 정치의 유동성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정치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여당은 야당경험이 있고 야당은 여당경험이 있다. 여야의 소모적인 힘겨루기와 같은 권위주의 정치풍토가 상당부분 자연스럽게 청산될 조짐이 있다. 즉 국민회의와 자민련 공동여당은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기 보다 사안별로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여소의 한계를 극복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도 일정 부분 그에 호응하며 안전운행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고위관계자들의 최근 발언에서 조심스럽게나마 이같은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그 경우 정계개편은 큰 잡음없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고문이 정계개편의 본격화 시점을 연말쯤으로 전망하는 것도 여당이 무리하게 정계개편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분석에 바탕한 것이다. 그러나 정국운영 과정에서 여야간 파열음으로 새 정권이 출범초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되면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 양당 의석을 합쳐 1백22석에 불과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과반의석(1백50석) 확보를 위한 몸불리기에 유혹을 느낄지 모른다.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명예총재의 임명이 유력시되는 국무총리 인준안을 처리할 2월 임시국회와 현 정권의 경제파탄 책임규명을 위한 경제청문회가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의 실험대가 될 것이다. 올해 정계개편론의 ‘세로축’을 이루는 것은 경제상황이다. 정치인에게 정치적 선택의 최종적 기준은 민심이고 올해의 민심은 그런 경제상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은 여도 야도 없는 정국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경제상황의 호전이나 악화에 따라 정계개편의 시기와 폭, 그리고 주도권의 향배도 달라질 것이다. 대량실직 우려에 따른 노동계의 집단움직임이 예상되고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5월이 민심의 흐름을 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정치권 안팎의 여러 변수가 정계재편을 가속화하거나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느날 갑자기 야당이 된 한나라당의 체제정비가 어떻게 귀결되느냐가 관심사다. 한나라당의 현재 상태는 애매하다. ‘비빔밥 정당’인 한나라당의 장래에 불안을 느끼는 소속의원들이 적잖다. 한나라당 구성원이 ‘불안한 동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일체감 때문이 아니라 당의 틀을 깨고 나갈 계기나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중진의원들은 정치적 입지나 지분 등 세(勢)와 이(利)에, 개혁 지향의 소장의원들은 명분에 보다 집착하고 있는 편이다. 영남권 등 일부 지역 의원들은 다가올 총선을 의식, 지역정서에 얽매여 있는 듯한 인상이 짙다. 내각제는 의원 각자의 세와 이를 보장하고 나아가 지역정서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하는요인으로작용할수 있다. 정치권 역시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은 명분을 제공하는 한 요인이다. 한나라당 중진의원들 중에는 내심 내각제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각제의 파괴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내각제를 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경제이슈에 가려 내각제가 당장 공론화할 가능성은 작다. 내각제를 집요하게 주장해온 JP조차 지금은 목소리를 죽이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인 것이다. 또 새 정권의 개혁노선도 아직 불투명하다. 더욱이 소장의원들은 3김(金)정치의 부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현재로서는 외생변수가 한나라당의 내부변화를 촉발할 여지가 크지 않은 셈이다. 집안사정은 복잡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분간 정국 추이를 관망할 공산이 크다. 바꿔 말해 한나라당 내 특정계파의 집단이탈 등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루어지려면 여건이 좀 더 성숙돼야 한다. 결국 정계개편은 상당기간 모색 및 조정단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는 새 정권이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국정주도권을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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