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日외상의 金당선자 의중 타진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3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외상의 이번 이틀동안 방한(訪韓)은 여러가지 목적이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어업협정개정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밝히고 최종 타결을 짓겠다는 것이었으나 더 깊숙한 속뜻은 내년 2월 들어설 한국 신정부의 외교정책 특히 대일(對日)관계 동향과 금융위기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 였다. 급변하는 이웃나라 정세가 무엇보다 궁금했던 모양이다 ▼오부치외상은 차기 일본 총리 물망에 오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외상 취임 후 첫 해외여행으로 서울에 와 3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를 만났다. 상당히 정치적 의미가 있는 접견이었다. 일본은 73년 김대중납치사건을 아직도 께름칙한 일로 염두에 두면서도 김당선자의 유연한 대북(對北)정책과 호의적인 대일정책에 기대를 갖고 있다. 오부치외상은 김당선자의 의중을 빈틈없이 탐색했을 것이다 ▼관심이 집중됐던 양국간 어업협정 개정문제는 예상했던대로 진전이 없었다. 오부치외상은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어업협정 종료통보 대신 일본 정치권의 파기압력이 커 입장이 어렵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오부치외상이 일방적으로 어업협정 종료통보를 했다면 이미 경제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한국 국민의 대일감정이 어떠했을까. 이웃의 어려움을 이용해 이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발상에 다시 한번 치를 떨었을 것이다 ▼대학 때부터 정계입문의 꿈을 키워 온 오부치외상의 인품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인품에는 오부치」 「정책에는 하시모토(橋本)」라는 말까지 있다. 오부치외상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아직도 금융위기를 못 벗어난 한국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려는 국민의 노력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그의 방한 결과가 한일 양국의 새로운 우호관계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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