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 정치인」석방이라니…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4분


홍인길(洪仁吉) 권노갑(權魯甲)씨의 석방 시기를 정가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이다. 청와대에서는 『연내 석방은 어렵다』고 밝혔으나 늦어도 내년 새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풀어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보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홍인길 권노갑씨는 2심에서 각각 징역 6년, 5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다른 국회의원이나 전직장관들과 달리 두 사람만 실형을 받은 것은 뇌물액수가 컸기 때문이다. 뇌물액수가 10억, 2억5천만원인 두 사람이 수감된 지 1년도 못돼 석방되는 것은 뇌물범죄에 대한 불감증을 공직사회에 확산할 우려가 있다. 김영삼(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김대중)대통령당선자는 평생을 보필한 측근이 수감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가슴아플지 모르지만 공직사회의 기강확립을 위해 이들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오늘의 국난은 정경유착으로 빚어진 한보사건이 불거지면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보그룹은 부패한 정치인들의 비호로 천문학적인 은행대출을 받아 방만한 경영을 하다 국민경제를 결딴내는 데 한몫을 했다. 국민감정은 두 피고인의 조기석방을 용납하기 어렵다. 비리 정치인들까지 몽땅 풀어주는 것이 국민 대화합은 아니다. 오히려 원칙도 없이 부패 정치인들을 석방하는 것은 공직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국민화합을 해친다. 한편 내년 2,3월 새정부 출범에 맞추어 검토중인 「3백만명 대사면」에는 시국사범도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사면대상 시국사범 속에는 이른바 양심수나 한총련 관련자도 포함되는 것인지, 포함된다면 어느 선까지인지 궁금하다. 시중에는 내년봄 한총련 재건설이 나돌고 있다. 좌경 폭력사상을 버리지 않는 한총련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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