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DJ당선후 「新용비어천가」 판친다는데…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김대중(金大中)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신(新)용비어천가」 소리가 요란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부를까 겁이 나서 등을 돌리던 사람들, 마주치면 아예 외면하던 사람들, 시시콜콜 약점만 캐고 다니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김당선자 「찬양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떻게 하든 김당선자의 눈에 띄고 선을 대려고 법석들이다. 염량세태가 실감난다 ▼김당선자에게 평생동안 「충성」을 바쳐온 동교동 사람들의 눈물은 이해할 만하다. 김당선자가 박해를 받을 때 그들도 온전한 생활을 하지 못했다. 김당선자의 인간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줄타기를 해온 일부 인사들의 언론에 비친 모습은 가관이다. 여야 정권교체로 세상이 바뀔 것으로 보는 탓인지 내놓고 김당선자를 예찬한다. 「정말 저 사람이 과거 그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일선 공직사회에서도 정권교체 바람이 간단치 않은 모양이다. 청와대나 한나라당에 파견된 상당수 공직자들은 가급적 빨리 원대 복귀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는 소문이다. 벌써부터 누가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느냐를 점치면서 줄대기에 여념이 없다. 업무는 뒷전이다. 직업공무원제가 확고히 정착되지 않은 탓이다. 정권교체기에는 어느 직급의 공무원이든 할 일만 착실히 수행하면 모든 게 보장된다는 소신을 갖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PC통신에는 몇몇 언론의 대선 전후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며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선조 세종때 만든 용비어천가는 왕조 창건의 합리화와 왕도 확립에 목적을 두었다. 요즈음 말하는 국민통합을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의 치졸한 아부성 「신 용비어천가」는 오히려 국민통합을 해치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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