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출처를 묻지 않는 외화환전이나 예금, 무기명장기채 발행 등으로 지하에 머물고 있던 뭉칫돈들이 시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자금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공급받을 5백70억달러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러한 거금을 장롱 속에 넣어두고 부도위기에 몰렸으니 국제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결국 오늘의 금융위기도 지하자금 때문이 아니던가. 자금이 돌지 않아 금리가 치솟았고 외화가 시장에 나오지 않아 환율이 폭등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엄청난 환차익과 고금리에다 합법성까지 보장받은 반면 서민들은 실업과 물가고를 감당해야 한다.
진정 우리가 분노해야 할 것은 우리가 IMF에 항복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지하자금 큰손들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외화동전을 모으자고 초등학생까지 나서고 한 등의 전깃불도 아끼려고 조명을 낮추던 우리들의 노력이 궁상맞고도 초라해지는 느낌이다.
장병희(대전 유성구 어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