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49〉
나를 맞이하기 위하여 왕은 또 사신을 배에 파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신하들 중 몇몇은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배에 사신을 보내는 것은 국빈이 방문할 때나 차리는 예절입니다. 한갓 원숭이 한마리를 데려오는데 사신을 보낸다면 세상 사람들이 웃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말했습니다.
『웃으려면 웃으라지. 그가 비록 아담의 후손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원숭이로 태어났다고는 하나 이런 명필이라면 국빈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이렇게 말하고난 왕은 계속해서 명령했습니다.
『그를 모셔올 때는 예복을 입히고 가장 훌륭한 암탕나귀에 태우는 것은 물론 악대를 앞세우고 호위병을 붙이도록 하라』
신하들에게는 왕의 명령이 황당하게 들렸겠지만 누구라서 감히 거역할 수 있었겠습니까.
배에 도착한 왕의 사신은 선장에게서 나를 인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예복을 입히고 암탕나귀에 태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악대를 앞세우고 호위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위풍도 당당하게 거리를 행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저 놀랍고 재미 있어 저마다 한마디씩 했습니다.
『저걸 봐! 임금님께서는 원숭이를 대신으로 기용하실 작정인가봐!』
『살다보니 별일을 다 보겠어! 정말이지 이런 희한한 구경거리는 난생 처음이야』
『그렇지만 저걸 봐! 원숭이가 어쩜 저렇게 의젓할까?』
사람들이 이렇게 야단법석들을 하며 나를 구경하고 있었으니 온 장안이 나때문에 온통 떠나갈 듯이 시끄러웠습니다.
나는 사신들의 안내를 받으며 왕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왕은 첫인상부터가 더없이 인자하고 몹시도 학문을 사랑하는 분 같았습니다.
나는 왕 앞에 엎드려 세번 절하고 고관대작들 앞에도 각각 한번씩 절했습니다. 그러자 왕은 나에게 자리를 권했습니다. 나는 왕이 권하는 자리에 허리를 꼿꼿하게 편 점잖은 자세로 정좌하였습니다. 왕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나의 그 예의바른 태도에 몹시 놀라워했습니다. 그들은 내가 예사 원숭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왕은 식탁을 차려오게 하였습니다. 식탁이 차려지자 왕은 나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권했습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사람들은 나의 일거일동이 경이롭기만 한지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손을 씻은 다음 왕은 신하들에게 지필묵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내게 말했습니다.
『이 두루마리에 시를 쓴 것이 그대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구나. 괜찮다면 휘호를 한 장 해주기 바란다』
왕이 이렇게 말하자 나는 먼저 왕 앞에 엎드려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붓을 집어들어 한편의 긴 시를 써내려갔습니다. 왕과 왕의 신하들은 내가 글씨 쓰는 것을 보기 위하여 내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