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달 3일 보석으로 석방된 그가 청와대 연무관을 드나드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베이지색 코트 차림의 현철씨가 경호원들과 함께 연무관을 나서는 장면이다.사진을 찍은 일요신문에 따르면 현철씨는 지난 4,6,8일 연무관을 출입했다고 한다.
우선 정치권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자숙해야 마땅한데 청와대를 드나든 것은 한심한 작태』라는 것. 국민회의는 『현철씨가 다시 청와대에 들락거리는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논평을 냈다. 청와대도 곤혹스런 표정이다. 가뜩이나 경제실정 책임론으로 말이 많은 처지에 엎친데 덮친 격이기 때문이다. 현철씨의 연무관 출입을 쉬쉬하며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는데 덜컥 사진이 공개돼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뒷얘기도 돌았다.
물론 해명도 있었다. 『현철씨가 구치소에서 운동을 하다 인대가 늘어나 물리치료를 받으려고 연무관에 들렀다』 『연무관에는 헬스클럽 등만 있다.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소문은 낭설이다』 등이었다. 현철씨의 변호인인 여상규(余尙奎)변호사는 『현철씨 집을 사진기자들이 온종일 포위, 그는 마음대로 목욕탕도 등산도 갈 수 없는 처지다. 그가 보석상태이지 감옥살이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며 「동정론」을 폈다. 사실 현철씨의 연무관 출입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보석허가 단서에는 「구기동 집에서 주거하고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경우 재판부의 허락을 받을 것」 등으로만 돼 있다.
문제는 국정과 청와대 운영에 개입해 말썽을 빚은 그가 또 청와대 시설을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데 있다. 「문민시대의 황태자」 「소통령」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자신과 청와대의 관계에 대해 말이 많은 데도 보라는 듯 청와대를 드나드니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송인수기자<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