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내 TV수상기 숫자는 7천대에 불과했다. 이후 50년대초 20%대에 머물던 미국의 TV보급률은 58년에 이르러서는 무려 80%를 넘어서는 비약적 성장을 한다. 당시 TV붐 조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퀴즈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는 1달러에서 시작해 정답을 맞힐 때마다 상금이 배로 올라가는 드라마틱한 진행으로 인기를 누렸다
▼여기에 출연해 수만달러의 고액을 따낸 사람은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대학강사 찰스 도렌이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는 하루아침에 미국 지성의 상징으로 대접받으며 타임지의 표지인물로도 등장했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TV의 파렴치한 부도덕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도렌은 PD의 지시에 따라 정답을 알면서도 일부러 고심하는 표정을 짓는 등 기만적 행동을 수없이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TV가 상업성 추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음을 일깨워 준 최초의 사건이었다
▼경제난국을 맞아 국내 TV들이 낮시간대 방송을 1시간 줄인다는 소식이다. 언뜻 방송사들이 국가 위기에 동참한 것처럼 보이지만 광고수입이 상당량 줄어든데 따른 고육책의 성격이 강하다. 방송사들은 낮 방송을 시작하면서 교양프로를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재방송이나 저질 연예프로로 시간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 방송 물량이 늘면서 프로의 질적 저하도 두드러졌다
▼방영시간 단축은 에너지절약은 물론이고 TV프로가 내핍시대에 맞게 변신하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1시간 정도의 단축으로는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방송시간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 불황기에는 인기확보를 위해 방송사들이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에 집착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