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경관에 체포된 「도박 검사」

  • 입력 1997년 12월 8일 20시 04분


검사가 경찰관을 체포하면 뉴스 가치가 약하지만 경찰관이 검사를 체포하면 뉴스가 커진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직 검사가 경찰관에게 체포된 것은 아마 건국 이후 처음인 듯싶다. 경찰관과 함께 TV 카메라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검사가 신분을 숨겼던 것같다. 신분을 밝혔더라면 감히 「젊은 영감님」을 경찰서로 체포해 갈 경찰관은 없었을지 모른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헝클어진 것은 망할 날씨 탓이다. 검사 일행은 풍광좋은 제주도에 휴가를 즐기러 내려가 룸살롱에서 여흥을 즐기고 바다가 보이는 골프장에서 「나이스 샷」을 날릴 계획이었다. 공직자 골프금지령이 아직 살아 있다고는 하지만 골프 실명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카운터에 가명을 적으면 그만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때문에 대신 도박판을 벌였다가 일이 터졌다 ▼검사 도박사건이 보도된 뒤 언론사에는 시민의 항의성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직장인들은 점당 1천원짜리 고스톱도 상한(리미트)을 정하고 친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받는 검사가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판돈 2천만원이나 되는 포커를 하느냐. 도박판에 어울린 업자들과는 어떤 관계이며 함께 자리한 여성들은 부인도 아니라는데 과연 누구냐. 외화는 왜 은행에 넣지 않고 지갑에 가지고 다니느냐」 ▼연전에 야당의원이 국회에서 『시골 검사들이 업자들과 어울려 고스톱이나 치고 구두닦은 돈도 안낸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이번의 도박 검사는 시골지청도 아니고 법무부에 근무하는 엘리트 검사다. 지금이 어느때인가. 경제가 망가져 정부 전체가 불신을 사고 있는 이때 공직자들은 더욱 자중해야 한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구습에 물든 공무원의 기강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국제통화기금(IMF)난국을 헤쳐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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