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국민 속이는가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임창열(林昌烈)부총리는 5일 부실은행의 폐쇄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IMF측은 2개 은행이 내년 4월까지 경영개선을 못하면 폐쇄키로 했다고 밝혀 정부가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을 은폐했음이 드러났다. 감춘 내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정부는 계속 국민을 속이며 우롱하고 있다. 은행폐쇄도 검토한다는 각서 내용이 드러나자 임부총리는 은행 공신력과 국익을 고려해 발표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합의 내용을 감췄을지 모르나 어리석은 판단이다. 국민에게 발표하지 못할 사항이라면 IMF협상관계자를 설득하든지 끝까지 버텼어야 옳았다. 백보 양보해 일부 합의사항 공개유보가 옳을 경우라도 IMF의 비공개 약속을 이끌어내는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정부는 무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를 IMF구제금융이라는 치욕으로 몰고온 데는 위기상황을 축소 은폐해온 강경식(姜慶植) 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전청와대경제수석 등 고위관료들의 책임이 크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났어도 걱정없다고 큰소리치다 외국으로 부터 한국정부 통계는 못믿겠다는 불신을 초래하지 않았는가. 외환불안이 눈앞에 다가와도 우리는 동남아와 다르다며 대책마다 뒷북을 치다 위기를 자초했다. 일본의 자금지원과 관련, 독도 문제에 모종의 약속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받는 것도 정부가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마당에 뭘 감추고 말고 할 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개하지 않은 이면계약이나 협약내용이 더 있다면 모두 밝히기 바란다. 국민의 공감을 얻고 고통을 분담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정직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