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나 지하에서나 출퇴근 기류가 달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보면 불과 일주일 전보다 훨씬 붐빈다. 차를 몰고 출퇴근하던 사람들이 버스와 지하철로 옮겨와 서울시내 전구간의 차량소통이 원활해졌다. 차량 운행이 이렇게 일시에 급격히 감소한 것은 기름값 인상 탓도 있겠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몰고온 충격파가 가장 큰 요인인 것같다
▼휘발유값이 지난달 말 ℓ당 8백41원에서 9백23원으로 올랐다고 하지만 배기량 1천5백㏄ 승용차로 하루 평균 50㎞ 주행하던 사람이 추가로 부담하는 유류비는 월 1만원 정도다. 자가용 승용차를 굴리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크지 않은 부담 증가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버리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모든 부문에서 씀씀이를 줄여야 최악의 불황기를 넘기고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직장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원유 도입액은 1백45억달러였고 올해는 연말까지 1백78억달러 어치가 들어온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내려가지 않으면 내년 1월에는 휘발유값이 ℓ당 1천원대를 돌파하게 된다. 월급도 깎이는 판에 작은 부담이 아니다. 월평균 1백만∼2백만원대의 임금 소득자들 중에는 아예 차를 처분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고차 시장에는 매물이 두배이상 늘었으나 수요가 줄어 중고차 거래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자동차 등록대수가 1천만대를 넘어 좁은 길에 차량이 흘러넘친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 증가가 한국 상품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었다.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것도 외화를 아끼고 한국 경제를 최악의 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다. 큰 차(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애국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