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마비 비상책 시급

  • 입력 1997년 11월 28일 20시 20분


전경련이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 상환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긴급명령을 발동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4대 그룹까지 자금조달 통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비명이다. 금융기관들은 자금중개기능을 포기, 금융시스템이 작동을 멈춘 지 이미 오래다. 자금사정은 최악이다. 마비된 금융을 조속히 회복시키지 않으면 경제가 벼랑 밑으로 굴러 떨어질 위기다. 비상시엔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재무구조가 건실한 상장사만도 이달 들어 10개나 쓰러졌다. 은행들은 신용장 매입까지 기피해 수출기업 자금사정 또한 말이 아니다. 적어도 흑자기업이 부도를 내고 수출금융이 마비상태에 빠지게 해선 안된다. 통화당국이 돈을 풀어도 일부 금융권에서만 맴돌 뿐 기업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는 금융기관끼리의 불신과 경색된 자금운용 탓이다. 정부는 자금시장 감독기능을 강화해 금융시스템을 속히 안정시켜야 한다. 시장안정에 비협조적인 은행에는 정부지원을 중단하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단기 유동성부족의 주(主) 요인인 종금사 자금난 해소도 시급하다. 은행들은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 제공과 만기도래 기업어음(CP) 재연장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50억달러가 넘는 종금사 단기외화부채 상환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구조조정과 맞물려 종금사 자금사정은 악화일로다. 해외차입 능력을 잃은 종금사에 미루기보다 정부가 나서서 외화를 조달,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행조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금융권과 기업은 동요하지 말고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 시장안정에 주력하는 성숙함을 보이기 바란다. 자금 가수요를 촉발하거나 이기주의적인 자금운용으로 금융혼란을 가중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모두의 피나는 고통분담 없이는 공멸(共滅)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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