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정국/비정한 정치…쫓겨난 강경식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4분


26일 오후부터 27일 오전 사이 부산의 한나라당 동래을지구당에서는 정치세계의 무상함과 비정함을 실감케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9일 경제부총리 자리를 물러난 강경식(姜慶植)의원이 바로 4개월여전만해도 자신이 주인이었던 지구당에서 문전축객(門前逐客)을 당해야 했던 「사건」이었다. 강의원은 지난해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당선한 뒤 지난 3월 경제부총리에 임명됐다가 당적보유 장관들이 모두 물러난 7월 개각 때 『경제문제 해결에 전념하겠다』며 탈당, 현재는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상태. 예상과 달리 부총리직을 단명(短命)으로 끝낸 강의원은 하루빨리 정치적 거처를 확실히 하기 위해 26일 오후5시경 신한국당의 후신인 한나라당 부산 동래을지구당을 직접 방문,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원서를 받은 지구당 간부들이나 보고를 받은 부산시지부 간부들이나 모두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강의원의 입당을 홍보하기 위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즉각 언론기관에 배포까지 했다. 강의원도 자신의 입당이 거부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그는 27일 오전11시 동래을지구당사에서 열린 지구당선대위발족식에 참석, 축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상층부」 판단은 달랐다. 뒤늦게 강의원의 입당원서 제출과 발족식 참석 소식을 들은 김진재(金鎭載)부산시지부장은 부랴부랴 중앙당과 연락을 취해 「입당불가」 방침을 통보받았다. 강의원은 입당좌절 소식을 집에서 지구당으로 가는 자동차안에서 들어야 했다. 김지부장은 『강의원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그가 현 경제난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입당은 적절치 못하다는 게 중앙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달리 도리가 없는 강의원은 『중앙당에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자동차를 다시 집쪽으로 돌렸지만 기자에게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우리 정치판의 생생한 한 단면으로 보였다. 윤정국(대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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