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오리콤 제작지원팀 은종록 국장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36분


광고대행사 오리콤 제작지원팀의 은종록(殷鍾祿·43)국장은 이직이 잦은 광고업계에서 18년간 한 직장에서 일해온 「천연기념물」로 통한다. 은국장은 현재 CF PD 17명을 거느리고 TV광고 제작 전과정을 총지휘하며 한달에 CF 5,6편을 만들어내고 있다. 방송에 나가기 전 광고위원회 심의부에서 통과되지 않은 작품들을 살려내는 것도 그의 몫. 올해초 주방용품업체 S사의 광고카피 「끓어도 넘치지 않습니다」를 놓고 심의위원이 과대광고라며 제동을 걸자 은국장은 냄비를 들고 찾아가 실험을 해보이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이 2개월간 하루가 멀다하고 밤새워 제작한 CF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방송에 내보낼수 없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느냐』고 반문했다. 은국장의 경력은 독특하다.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77년 4백1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MBC탤런트 9기로 합격했다. 길용우 신신애 등이 동기. 단역으로 몇개월 보내자 영장이 나와 군대에 다녀왔다. 제대하고 또다시 단역을 하며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에 갈등하다 80년 오리콤에 공채로 입사했다. 입사하자마자 PD 9명을 혼자서 3년간 수발하느라 숱한 고생을 했다. 모델이 말을 못타 부랴부랴 마사회 직원을 수소문한 일, 당시 최고 여성 CF모델을 설악산까지 데려왔으나 줄행랑친 일, 경포대 여관에서 각각 1,2층에 자는 젊은 남녀모델을 밤새 감시한 일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 『광고를 만드는 일은 고목나무를 이쑤시개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2백여명이 2개월간 밤새우며 20초짜리 CF 한편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은국장은 85년 PD가 돼 95년까지 일선에서 5백여편의 CF를 제작했다. 탤런트 출신답게 신문 잡지 CF광고 50여편에 직접 출연도 했다. 83년 한살 연상인 MBC성우출신 정부용(鄭芙容)씨와 광고음악(CM송)을 만들다 만나 결혼했다. 은국장은 『2, 3년뒤 퇴직해 마당이 딸린 조그마한 땅에 광고프로덕션사를 차려 다시 한번 일선에서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윤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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