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60)

  • 입력 1997년 11월 20일 08시 10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28〉 아버지의 심복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나는 그길로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낡은 나룻배를 타고 백부님의 도성을 향해 노를 저었습니다. 한쪽 눈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목숨을 구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백부님의 도성에 도착하자 나는 곧 백부님을 찾아뵙고, 아버님과 나에게 닥친 재난에 대하여 자세히 아뢰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난 백부님은 비통한 눈물을 흘리며 외쳤습니다. 『오! 이건 엎친 데 덮친 격이로구나. 우리 두 형제한테 이런 끔찍한 재난이 닥치다니!』 이렇게 소리치며 고뇌에 찬 눈물을 흘리던 백부님은 우선 의사를 불러 내 눈을 치료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내 눈은 알맹이가 없는 호두껍데기 같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상처를 치료하는 것 외에 달리 손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아들아, 비록 한쪽 눈은 잃어버렸지만 목숨이 붙어난 것은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구나!』 이렇게 나를 위로하며 백부님은 극진히 나를 보살펴주었습니다. 나를 위로하면서도 백부님 자신은 고통을 견딜 수 없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엎친 데 덮친 격이야. 우리 두 형제한테 한꺼번에 이런 끔찍한 재난이 닥치다니! 동생은 사악한 신하의 손에 목숨을 잃고, 나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어버렸으니까 말이다. 아, 슬프다! 너의 사촌인 나의 아들은 행방불명이 된 채 어떻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단다. 누구 한 사람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도 없구나!』 그제서야 나는 사촌의 일을 떠올리며 내심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나는 차마 백부님께 사촌 형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습니다. 백부님은 나를 친아들처럼 극진히 보살펴주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백부님의 외아들인 사촌형에 대하여 내가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날 나는 백부님을 찾아가 사촌형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오! 그게 정말이냐?』 아들의 소식을 들은 백부님은 미칠 듯이 좋아하며 소리쳤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자, 지금 당장 그 묘지까지 나를 데려다다오』 그러자 나는 당황하여 말했습니다. 『알라께 맹세코, 백부님, 저는 그 장소를 찾아낼 자신이 없습니다. 거기를 찾기 위하여 무수히 묘지를 뒤졌습니다만, 끝내 찾아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백부님과 나는 묘지로 갔습니다. 그리고 전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나는 다시 하나하나 묘지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나는 전에 본 듯한 묘지 하나를 찾아내었습니다. 우리는 매장소 안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사촌이 전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석문을 밀어내고 흙을 파냈습니다. 한참을 두고 흙을 파다보니 마침내 철판이 나타났습니다. 모든 것이 전에 본 그대로였으므로 이 묘가 틀림없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철판을 들어올렸습니다. 그러자 그 아래로 구불구불한 계단이 나타났습니다. 백부님과 나는 오십 개쯤 되는 계단을 밟아 내려가 무덤 밑바닥에 이르렀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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