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장심사제 改惡 안될 말

  • 입력 1997년 11월 9일 20시 23분


영장실질심사제도 개정을 둘러싼 법원 검찰의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 자민련의원 등 28명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법관들은 전체 판사회의를 열어 집단 반발하고 있고 검찰은 겉으로 의원입법이니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개정안 통과에 조직의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개정안의 골자는 법관들이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피의자를 불러 신문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피의자가 원할 때만 신문할 수 있도록 제한하자는 것이다. 개정안 제출 이유는 「법관들이 거의 모든 사건에 피의자 신문을 실시, 범죄수사 인력을 피의자 호송에 빼앗기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그동안 검찰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은 인력확충 전경활용 등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찾아내 해결할 일이지 모처럼 도입한 영장실질심사제도의 후퇴나 개악(改惡) 쪽으로 추진해서는 안될 말이다. 시행 1년을 맞는 영장실질심사제도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인신구속 남용을 견제하고 가혹행위를 통한 자백 강요를 근절하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수사관들이 피의자에게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도록 강요할 소지도 있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의자들이 스스로 그만둘 수도 있다. 정권 말기 어지러운 분위기에 편승해 중요한 인권문제와 관련된 법률이 졸속 처리돼서는 안된다. 대법원도 국회법사위 심의과정에서 법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법관들이 힘겨루기 행태의 집단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 존중을 위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검찰 또한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보완토록 해야겠으나 이 제도의 취지가 인권보호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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