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마음은 「대선콩밭」에…국회『썰렁』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회의시간이 되었습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는 회의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통일 외교 안보분야에 대한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25일 오후 2시경 국회 본회의장에는 의원들의 출석을 재촉하는 국회방송이 10여초 간격으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본회의장에는 불과 30여명의 의원들만 자리를 지켰다. 이날 오전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은 정회를 선포하기 직전 오후회의의 미달사태를 우려한 듯 『초등학교 학생들도 아니고 이런말 자꾸해서 민망하지만 이석을 삼가고 오후 회의에는 반드시 출석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국회법상 본회의를 열기 위한 성원은 전체의원 2백99명의 5분의 1인 60명. 사회봉을 쥔 오세응(吳世應)부의장이 『성원이 되었으므로 회의를 속개하겠습니다』며 가까스로 속개선언을 한 것은 61명의 의원이 출석한 2시35분경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였다. 회의시작 10분후인 2시45분경에는 의원들의 이석(離席)이 속출, 48명으로 줄어 성원도 못 채우고 회의가 진행됐다. 유난히 이석이 많았던 것은 이날이 토요일이라 결혼식 주례를 서는 의원들이 많은 데다 신한국당의 내분이 격화하면서 주류와 비주류의 결속모임이 잇따랐기 때문이었다. 몇 안되는 출석의원들도 질문자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끼리끼리 모여 잡담을 나누거나 졸음을 참지 못해 연방 하품을 하는 바람에 회의장은 그야말로 「파장(罷場)」분위기였다. 이날 여야간에 고성이나 설전이 없었던 것은 의원들이 전의(戰意)를 상실했다기보다는 싸울 전사(戰士)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답변에 나선 국무위원들도 텅빈 의석을 바라보며 사무적으로 답변서를 읽어내려갔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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