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삼재씨의 사퇴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심각한 당내 갈등에 휩싸인 신한국당의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괴롭다』는 말을 남기고 총장직을 사퇴했다. 그가 「정치생명을 걸고」 감행했다는 「김대중(金大中)비자금」의혹 폭로가 결과적으로 당을 양분 위기로 몰아넣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결정적으로 갈라놓는 사단(事端)을 제공한 셈이 됐으니 사퇴는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퇴의 변(辯)에서 『백의종군』 운운하는 것으로 자신의 공언(公言)을 다 지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저간의 경과야 어찌 됐든 정책경쟁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는 대선정국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그 연장선상에서 당을 풍비박산으로 몰고 간 책임을 사무총장직 사퇴서 한장 덜렁 내는 것으로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의 폭로가 자신의 소신이라는 「깨끗한 정치 실현과 정의로운 정권창출」을 가로막은 책임을 어떻게 사무총장직 사퇴만으로 비켜 갈 수 있겠는가. 4선의원에 집권당 사무총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건 앞뒤 가리지 않고 정치를 폭로와 음모의 패거리싸움으로 후퇴시킨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적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행위였다. 물론 그로서도 터놓고 말하지 못할 은밀한 사연이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결단은 그가 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헤아릴 판별력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어떤 위치에서건 국정에 간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가 정말 자성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정말 열심히 국민의 마음을 읽으려 한다면 정치생명을 건다는 자신의 공언이 어떤 뜻을 함축하고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국민은 정도(正道)의 정치를 원한다. 이제 음해의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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