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7월1일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던 날은 여러모로 보아 매우 극적인 날이었다. 영국과 중국사이에 벌어졌던 아편전쟁 생각도 나고 타협을 모르던 강직한 중국관리 린쩌쉬(林則徐) 얼굴도 떠올랐다.
텔레비전으로 행정권 이양의 식전을 지켜봤는데 식장에는 궂은 비가 뿌리고 있었고 내려진 영국기를 접어드는 패튼 총독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매우 극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영국기 대신 높이 올라간 것은 중국 국기였다.
중국인 손에 넘어간 뒤 홍콩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그것은 많은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일 중의 하나였고 나도 큰 관심을 가진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내가 홍콩 관광당국의 초청을 받아 홍콩에 간 것은 8월22일이었다.
홍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거에도 몇차례 홍콩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엔 이민국이나 세관에 앉아 있는 이들 중 서양사람 얼굴이 많이 눈에 띄곤 했는데 이번에 공항에 내려보니 서양사람 직원들은 다 영국으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바야흐로 중국의 공항으로 바뀐듯한 분위기였지만 베이징 톈진 옌지 등지의 중국 공항에서 겪던 불친절은 없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아직도 영국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들었다.
그 유명한 페닌슐라 호텔에 짐을 풀었는데 예전과 다름없이 시설도 서비스도 완벽해 홍콩이 조금도 그간 뒷걸음질하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홍콩은 먹을 것이 다양하고 풍성한 도시로 소문나 있는데 이 역시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다만 퇴폐물에 대한 사회주의적 단속이 엄중한 탓인지 사회전체가 매우 건강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국의 홍콩이 아닌 중국의 홍콩을 처음 둘러보고 매우 가볍고 명랑한 기분으로 서울에 돌아왔다.
김동길<전 연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