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 나라에 유치원이 탄생한 지 1백년이 되는 해다. 1897년 부산에 첫 유치원이 문을 연 이후 1900년에는 서울과 인천에도 유치원이 생겼다. 학자에 따라서는 1909년 함경북도에 설립된 유치원을 효시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 이전의 유치원이 일본인 자녀를 위한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이제 어린이집을 포함해 취원율이 70%선에 이를 만큼 보편화됐다.
▼유아교육시설의 양적 팽창은 조기교육의 확산과 함께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맞벌이부부 가정에서 과거 어머니가 맡았던 교육역할은 상당부분 유치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유치원에 전일제(全日制)운영을 통해 탁아기능까지 맡아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한다. 사회적 추세로 보아 유아교육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부모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역시 교육비 문제다. 서울시교육청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사립유치원의 1년 교육비가 국립대의 1년치 등록금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피아노 미술 등 다른 과외비용까지 더하면 부모들은 그야말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물론 자식을 잘 키워보겠다는 일념에서 분수 넘치게 돈을 들이는 사례도 없지 않다.
▼유아교육은 꼭 부모의 몫만은 아니다. 한창 일할 20,30대 여성들이 육아 부담에서 벗어나 직업을 갖게 되면 우선 국가적으로 이익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유치원에 못간다면 불평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유아교육에도 공교육 개념이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얼마 전 1년간 유치원 무상교육 실시를 천명했으나 예산문제로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꼭 지켜야 할 국민과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