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아르바이트]용돈 벌고 일도 배우고

  • 입력 1997년 10월 13일 08시 04분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산 이그나시오 로욜라고교 3학년인 라우세 오비에도(17·여)의 하루는 눈코 뜰새가 없다. 라우세는 매일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달려간다. 친구들과 어울려 재잘거리고 싶은 10대 소녀의 욕망이 없을 리 없지만 무언가 할일이 있기 때문이다. 『놀다 가자』는 친구들의 아우성을 뒤로 한채 오후 3시면 어김없이 가는 곳은 학교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부모의 사업장. 다른 나라들에 둘러싸여 바다라고는 없는 내륙국가인 파라과이는 수입업이 가장 인기있는 직종이다. 무역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물건을 사다가 팔 경우 그만큼 이윤폭이 크기 때문이다. 라우세의 부모는 외국자동차부품 수입도매상이다. 1백여평되는 점포와 부품창고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늘 일손이 달린다. 아버지는 지방의 체인점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곳 사업은 어머니 차지다. 어머니를 돕기위해 라우세는 수표처리 장부정리 등 경리일은 물론이고 재고품의 숫자를 파악하고 거래처에 물품신청하는 일까지 도맡는다. 하루에 보통 4시간정도 일한다.그리고는 한달에 미화 1백달러 정도를 수고비로 받는다. 이 돈으로 옷도 사고 한달에 두번정도 주말에 친구들과 디스코텍을 가는데 쓰기도 하지만 절반은 남는다. 남는 돈은 저축을 한다. 어머니 에스텔라(36)는 『라우세는 자기 손으로 용돈을 벌어 쓰니 아주 떳떳해한다』며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 이그나시오 로욜라고교에선 2학년 선택과목중 경영학이 인기다. 라우세도 경영학을 1년이상 배워 경리업무와 무역실무에 상당한 도움을 얻고 있다. 라우세는 『고교 졸업후에도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 파라과이국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할 계획』이라며 『부모님 가게에서 실무를 충분히 익혀 내 손으로 무역회사를 차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톨릭계 학교로 1백30년의 역사를 가진 브라질 상파울루의 상루이스고교는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낮에 일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하루 3시간반의 야간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학생은 1백여명. 반드시 직업이 있어야 입학자격을 얻는다. 대부분 햄버거가게 주유소 직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수업료는 보통학생의 3분의 1정도. 그것도 80%정도가 장학금을 받고 있어 거의 무료인 셈이다. 교사 크리스티아노(38)는 『가정형편 때문에 낮에 일하는 청소년을 위해 야간과정이 꼭 필요하다』며 『혼자 힘으로 앞길을 헤쳐나가겠다는 학생들의 자립심이 기특해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링컨고교는 모두가 선망하는 사립학교. 학비가 월 7백달러 이상이어서 부유층이나 다닐 수 있다. 3학년이 되면 브라질 칠레 멕시코 파라과이 등 인근 국가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부유층 자녀들이면서도 경비는 학생들이 마련한다. 자선바자 디스코파티 등을 통해 티켓을 팔고 재활용품 수집운동을 벌여 3년동안 차곡차곡 돈을 모은다. 이렇게 해서 경비의 80%이상은 스스로 마련하고 나머지만 학부모들이 댄다. 브라질의 이과수폭포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바트리치오(17)는 『내손으로 돈을 모아 여행을 다녀오니 뿌듯하다』며 『특히 부모님이 기특하다고 칭찬해줘 더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순시온·상파울루·부에노스아이레스〓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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