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24)

  • 입력 1997년 10월 13일 08시 04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50〉 공주의 애무와 정다운 미소에 대신은 욕정이 솟구쳐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대신은 공주에게 바짝 다가가 몸을 붙이려했다. 그러나 그때 공주는 얼른 뒤로 물러나 앉으며 갑자기 홀짝홀짝 울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우는 거요?』 대신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했다. 그러자 공주는 말했다. 『오, 임금님. 당신의 눈에는 우리가 하는 짓을 훔쳐보고 있는 저 사나이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습니까? 제발 저 사나이가 우리를 훔쳐보지 못하게 해주세요. 저 사람이 보고 있는 앞에서 어찌 제가 몸을 허락할 수 있겠어요?』 공주가 이렇게 말하자 대신은 소리쳤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우리를 엿보고 있단 말이오? 내 당장 그 놈의 목을 칠 테니 그 놈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시오』 대신이 이렇게 말하자 공주는 대신이 끼고 있는 도장반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길 보세요. 당신의 반지 홈 속에서 누가 빤히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보고 있잖아요』 공주가 이렇게 말하자 대신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시오. 이 놈은 반지의 노예로서 나를 섬기는 마신이라오』 대신이 이렇게 말하자 공주는 더욱 겁먹은 듯한 얼굴로 말했다. 『마신이라고요? 저는 무서워요. 제발 그 반지를 뽑아 멀찌감치 내버리세요. 그 놈이 보는 앞에서 저는 절대로 옷을 벗을 수가 없어요』 겁먹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공주의 모습이 대신에게는 견딜 수 없이 귀엽기만 했다. 그래서 대신은 반지를 뽑아 요 위에 놓았다. 그리고는 두서없이 옷을 벗어던지고 공주에게로 다가갔다. 그토록 탐해왔던 여자를 마침내 손에 넣게 되었다는 생각에 대신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대신이 공주에게 다가가는 순간, 공주는 대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힘껏 발길로 내질렀다. 느닷없는 공격이 급소를 강타했으니 대신은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고꾸라지고 말았다. 대신이 앞으로 고꾸라지자 공주는 잽싼 동작으로 요 위에 놓인 반지를 집어들더니 자신의 손가락에 끼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그것을 문질렀다. 그러자 아부 알 사다트가 불쑥 나타나서는 말했다. 『주인 아씨, 무엇이고 분부만 하십시오』 『오, 그래! 이 사교도 놈을 밧줄로 단단히 묶은 다음 옥에 처넣고 차꼬를 단단히 채우도록 하라』 공주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부 알 사다트는 튼튼한 밧줄로 대신을 꽁꽁 묶었다. 그리고는 번쩍 들고가 흉악범들을 가두는 지하 감옥에다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공주에게로 돌아와 말했다. 『명령대로 하였습니다. 이제 무엇을 할까요?』 『이제 내 아버지와 남편을 어떻게 하였는지 말하라』 『사막 한가운데다 갖다버렸습니다』 『오, 이런! 지금 당장 가서 그 두 분을 나에게로 모셔오도록 하라』 공주가 이렇게 외치자 마신은 곧바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두 사람이 버려져 있는 사막을 향하여 질주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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