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한 한국인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학교 담이 무너지면 한국에서는 예산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학부모 중에 담 고치는 기술자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이런저런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인구의 절반이지만 한국에서는 3%도 안된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나 예산을 탓할 뿐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자원봉사문화는 뿌리내리지 못했다
▼대통령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선거관리 자원봉사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95년 6.27지방선거 때는 9천1백42명, 지난해 4.11총선 때는 5천3백19명의 자원봉사자가 선거관리를 도왔으나 이번에는 지원자가 아직 3천6백명도 안된다. 6.27지방선거 때부터 도입된 선거관리 자원봉사제도가 벌써 시들해지고 있는가. 게다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이 많았으나 이번에는 주부들이 많고 대학생은 적다고 한다
▼선관위 직원은 1천9백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인력부족을 메우고 자원봉사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하자는 것이 선거관리 자원봉사제도의 취지다. 정부의 역할과 예산의 축소는 세계적 흐름이다. 그 빈곳을 시민들의 봉사로 채우는 것이 선진국들의 추세다. 공명선거홍보나 선거법위반사례의 신고와 제보 등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고도 중요하다
▼선거관리 자원봉사자가 줄어드는 데는 정치의 책임도 크다. 정치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불신과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외면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치권은 자성해보아야 한다. 또한 대학생들도 무관심과 냉소의 늪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21세기를 여는 대통령을 뽑는 일에 젊은 정열을 바쳐보는 것도 의미있는 체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