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평등교육]남녀차이 알고 서로 돕게

  • 입력 1997년 10월 6일 07시 49분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축구에 열광적이다. 전국에 수많은 축구클럽이 결성돼 있고 여자들도 단순히 축구에 관심을 갖고있는 정도를 넘어 직접 공을 차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상파울루의 상루이스고교는 정규 체육시간은 물론 방과후에도 축구를 할 때는 반드시 여학생을 참여시킨다. 남녀학생을 섞어 팀을 가르기도 하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아예 남녀대항을 시키기도 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실내체육관에서는 3학년 남녀학생 20여명이 체육시간을 이용, 축구시합을 하고 있었다. 남자팀 여자팀으로 나눠 전후반 20분씩 진행한 축구경기를 오프 사이드 규칙까지 엄격하게 적용할 정도로 실제경기와 똑같이 했다. 체육교사는 경기를 시작하기전 학생들에게 한가지 주문을 했다. 『잘 알겠지만 남녀가 함께하는 축구입니다. 남학생은 여학생을 과격하게 태클하거나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만 명심해주기 바랍니다』 호루라기가 울리자 학생들은 선수처럼 운동장을 열심히 누볐다. 특히 여학생들은 남학생처럼 빨리 달리지는 못했지만 경기에 아주 적극적이었고 남학생들도 여자이기 때문에 봐준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넘어진 남학생을 여학생이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고 여학생이 골을 넣을 때는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축구를 직접 체험하며 자란 브라질 학생들은 선수가 아니라도 축구기량이 수준급이다. 한골을 넣은 헤나자(17·여)는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기회가 돼 남녀 학생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 로베르토 프라도교장은 『남녀가 무조건 똑같이 대접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신체조건이 다른 남녀가 축구를 함께 하면서 남녀의 차이를 알고 사회 생활에서도 응용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남녀평등』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의 글렌이든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에게도 요리나 바느질을 가르친다. 가스오븐레인지 전자레인지 등 요리에 필요한 주방기구는 물론 고기 과일 양념 등 요리재료와 보관용 냉장고 등을 갖춘 요리실습장이 있어 가정에서처럼실습할수 있다. 요리실습시간에는 남녀 학생 4명을 한팀으로 해서 그날 정해진 요리를 만들도록 한다. 요리가 끝난 뒤 학생대표 3명과 교사가 「작품」을 공동심사, 모양이나 맛이 우수한 요리를 만든 팀을 뽑아 「오늘의 요리사」라는 표창장을 준다. 요리시간은 항상 오전 11시에 짜여 있어 학생들은 실습으로 만든 음식을 점심으로 먹는다. 또 바느질실에는 디자인용 컴퓨터 재봉틀 재단대 등이 구비돼 있어 학생들이 직접 옷을 꿰매는 것은 물론 옷을 디자인하고 가방 액세서리 등을 만든다. 두달에 한번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모아 바자를 갖는다. 마리안 맥라이교사(여)는 『남학생도 바느질이나 요리를 직접 해봄으로써 여성의 역할을 이해하게 된다』며 『이는 부부가 평등하게 가사일을 서로 도와야 한다는 자세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링컨고교는 「도덕」 「민주화」라는 과목에서 토론을 통해 남녀평등 문제를 다룬다. 실비아 피아지교사(51)는 『남녀평등은 문화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바람직한 의식을 갖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파울루·오클랜드·부에노스아이레스〓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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