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건설 현장에서 작은 마찰로 공사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은 유감이다. 우리 근로자숙소 휴지통에 김정일(金正日) 사진이 실린 찢어진 북한 노동신문이 들어 있는 것이 왜 문제가 돼야 하는지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신문지는 찢어 쓸 수도 있고 휴지통에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측이 관련자 색출과 공식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우리측이 보고 난 신문을 휴지통에 버렸을 뿐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며 북한측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당연하다.
북한측 근로자들이 이를 트집잡아 작업에서 손을 떼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됐다. 북한측은 항의와 함께 우리측 근로자숙소를 봉쇄하기까지 했다니 우리 기술자들이 받았을 심리적 위협이 어떠했을까. 현재 모두 숙소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으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겪고 있지 않다니 다행이나 혹 일어날지 모를 불의의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수로건설 현장에는 현재 KEDO 관계자 및 기술진 등 우리측 요원 1백여명이 북한측 근로자 40여명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은 이 지역을 신포에서 분리해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효된 KEDO와 북한간의 「영사보호 및 특권 면제 의정서」는 경수로부지 내에서는 살인 등 흉악범죄에 대해서만 북한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근로자숙소에 대한 봉쇄조치는 이 의정서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북한측은 특별행정구역인 경수로건설 현장에서 우리측 인사들에게 그들의 생활관행에 따르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관행을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 우리측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무의식중에 북한측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작은 마찰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빠른 시일내에 원만히 수습되어 경수로건설 공사가 속개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