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달리는 무법자」 시내버스의 횡포

  • 입력 1997년 10월 2일 20시 20분


현재 우리나라 도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버스의 위치는 확고하다. 주요 도시의 지하철 노선이 확장되면서 조금씩 양상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은 버스에 갈음할 대중교통수단이 없다. 서울의 경우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8천6백여대의 시내버스가 4백47개 노선을 누비며 시민의 발노릇을 하고 있다. 버스들이 하루에 수송하는 인원은 약 9백85만명으로 지하철 수송인원의 2배가 넘는다. ▼올해 우리나라 차량보유대수는 1천만대를 넘어섰다. 좁은 국토, 충분치 못한 도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대단한 차량보유대수다. 대중교통수단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버스전용차로제를 실시할 만도 하게 됐다. 실제로 버스전용차로제는 고속도로와 주요 도시에서 대중교통수단의 소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시내버스가 시민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의 횡포는 이제 더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8개 시민단체가 조사한 「8개 도시 시내버스 교통법규 위반실태」에 따르면 특히 서울 시내버스는 6분에 한번씩 법규를 위반하고 있다. 차량정지선 위반율이 57%나 되고 횡단보도나 도로 한가운데 멈추어 서서 승객을 내리고 태우는 일을 밥먹듯이 한다. 차로위반, 경음기 사용, 개문발차(開門發車), 급출발 급제동, 정류장 무정차통과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80년대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닌 한 외국 여학생은 서울생활중 시내버스 타는 일이 가장 두려웠다고 말한다. 이처럼 서울 시내버스의 위법행위는 승객들은 물론 보행자들에게도 겁을 줄 정도로 심각해서 「달리는 무법자」라는 평을 얻은지 오래다. 경영난이 심하고 근무조건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교통법규만큼은 제발 좀 지켜주기를 버스업체 업주와 운전사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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