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공종식/생색만 낸 「장애인 배려」

  • 입력 1997년 9월 30일 20시 06분


30일 오후1시20분경 서울지검 민원인 주차장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손님」 3명이 나타났다.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 서초지부 소속인 이들이 검찰청을 방문한 것은 이날 오후3시에 예정된 검찰의 「장애인을 위한조사실 설치행사」에 초청됐기 때문. 자동차에서 내린 이들은 트렁크에서 꺼낸 휠체어에 차례로 탄 뒤 「장애인을 위한 조사실」이 설치됐다는 서울지검 1층 당직실로 향했다. 민원인 주차장에서 현관까지의 거리는 50여m. 그러나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이르는 길은 정상인도 빨리 걸으면 숨이 찰 정도로 경사가 져있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혼자 힘으로 휠체어 바퀴를 밀 수가 없어 결국 일행과 검찰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현관에 도착했다. 현관에 도착한 이들은 다시 한번 검찰의 높은 문턱과 마주해야 했다. 현관계단에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갈 수있는별도의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않았기 때문. 『아니 장애인을 위한 조사실을 설치한다면서 계단이 이게 뭐야. 어떻게 올라가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난감해했다. 결국 이들은 일행이 휠체어를 들어주어서야 계단을 올라갈 수 있었다. 나머지 한명은 뒤늦게 민원인 출입구에서 주차장 반대쪽으로 50여m 떨어진 곳에 널빤지로 된 임시경사로가 설치돼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힘들게 경사로로 우회해 현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어 오후3시반경 1층 당직실에서는 계단을 어렵게 올라온 「장애인 손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을 위한 조사실」이 공개됐다. 「장애인 손님」과 함께 온 한 관계자는 『만약 검찰이 장애인들에게 현관앞에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중앙계단에 장애인용 경사로를 설치했다면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올라오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라며 『계단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데에는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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