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선정판도가 다자간대결에서 양자대결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아기사자」 이승엽(21·삼성)과 「특급허리」 김현욱(27·쌍방울). 시즌개막전까지만 해도 스포트라이트에서 한발 비켜서있던 이들이 놀라운 뚝심으로 MVP선정가도의 어지러운 판세를 정리해 나가고 있다.
고졸 프로3년생의 이승엽은 나이와 경력 모두에서 풋풋함을 던져주는 신예. 5년생 김현욱은 95년 삼성에서 방출된 뒤 새 둥지에서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기대주다.
일단 기선을 제압한 쪽은 이승엽. 타점과 최다안타에서 일찌감치 정상을 굳히고나서 홈런선두마저 접수한 뒤 최대격전지인 타율에서도 1위 김기태를 바짝 따라붙었다.
김기태가 부상으로 개점휴업중인데다 경쟁상대인 박재홍(현대) 이종범(해태) 등이 기록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으로 부진, 특유의 「무심타법」을 앞세워 타격부문 4관왕을 향해 쾌속질주중이다.
후발주자로 나선 김현욱의 최대강점은 드라마를 연상케하는 극적인 요소. 지난해까지 통산 4승의 무명에서 올시즌 구원만으로 20승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무대전면에 나섰다.
김기덕 성영재 등 쟁쟁한 사이드암투수들이 버티고 있는 쌍방울 마운드에서 제자리를 찾은 것도 신통하지만 잦은 등판과 상대팀의 견제를 딛고 승승장구하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대목.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등판이 갖는 심리적 효과. 최근 일련의 역전승을 통해 지고 있는 게임에서도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이 팀내에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것.
다승과 승률 방어율 등 투수3관왕을 거의 굳힌 상태에서 이같은 경기외적인 성과가 가미된다면 MVP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