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안부할머니를 돕자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해방 52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피맺힌 아픈 상처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다운 나이 순결한 처녀의 몸으로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몸과 마음을 갈기갈기 찢긴 위안부 피해자들이다. 이제 생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이 위안부할머니들은 참혹한 일본군 위안소생활에서 얻은 육체적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며 힘든 노년을 보내고 있다. 최근의 「훈」 할머니 경우에서 보듯 동남아 각지에도 생존이 확인된 10여명의 우리나라 위안부할머니들이 있다. 그들의 여생도 비참하기는 같다. 아직 숨어 사는 할머니들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는 위안부피해자들에게 생활안정비 월 50만원과 약간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질병에 시달리는 할머니들이 안정되게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사회가 이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이들에 대한 국가적 법적 책임과 정부차원의 공식배상을 회피하고 있는 것도 이제 다 아는 일이다. 일본은 도덕적 책임만 인정하여 민간차원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 국민기금」을 통해 피해자 1인에게 5백만엔씩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존 위안부 1백86명 중 7명이 이 위로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으나 나머지는 죄를 인정하지 않는 돈은 「영혼을 더럽히는 돈」이라며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및 MBC와 함께 8월15일부터 9월10일까지 위안부 피해자돕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 할머니들이 힘겹게 부여잡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자는 뜻이다. 위안부할머니들의 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바로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일이다. 이 비원(悲願)의 모금운동에 전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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