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시정(市政)파탄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95년 재정이 바닥나자 파산상태를 선언, 연방정부 소속 「재정 통제위원회」의 대리관리를 자초하더니 최근 다시 연방의회로부터 구제불능 판정을 받아 시의회의 인사 및 예산심의권마저 이 통제위원회에 넘겨주게 되었다. 이때문에 워싱턴시에는 민선 매리언 베리시장과 관선 앤드루 브리머 통제위원회 위원장 등 「두명의 시장이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자치시로서 더할 나위 없는 수치이자 미국의 체면 또한 말이 아니다
▼워싱턴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인구 60만명 가운데 약 45만명이 흑인이며 이중 상당수가 가족수당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또 대부분의 공공건물도 연방정부 소속이거나 외국 대사관이어서 세금이 면제된다는 것이다. 범죄가 많고 학교의 질이 떨어지자 백인들은 계속 인근 버지니아, 메릴랜드주로 이사를 간다. 밤이 되면 이곳에 『백인이라고는 클린턴대통령 부부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워싱턴시 자치정부의 파탄과 관련, 가장 지탄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은 베리시장일 수밖에 없다. 74년 자치시가 되어 24년간 살림을 꾸려오는 동안 베리시장은 4선, 15년째 시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시장 재임때인 90년 마약을 복용하다 체포되어 6개월간 징역살이를 했는가 하면 교도소 면회실에서 한 여자와 추잡한 섹스를 즐겼다 해서 강제노역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그를 워싱턴시 유권자들이 어떻게 다시 시장으로 뽑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치정부를 맡아 시정을 도탄에 빠뜨린 그에 못지않게 시장을 잘못 뽑은 시민들의 책임도 크다. 지자제 실시 3년째인 우리 현실은 어떤지 되돌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