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淳(조순)서울시장의 대통령선거 출마표명으로 대선판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李會昌(이회창)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씨 3자 구도로만 선거판세를 읽던 여야 3당이 바짝 긴장해 조시장이 나올 경우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새 선거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게다가 여당의 경선 탈락자나 야당중진 일부도 곧 출마선언을 할 것이란 얘기가 나와 선거 4개월을 앞둔 대선정국이 갑자기 안개속에 휩싸인 형국이다.
민주국가에서 그가 누구든 결격사유만 없다면 대선후보로 나서겠다는 것을 탓할 수 없다. 후보가 많으면 국민의 선택폭이 그만큼 넓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급격히 변화하는 대선판도를 이처럼 단순하게 볼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거 때마다 도지는 정치 신의 문제가 그렇고 이제 걸음마단계인 지방자치제가 정치바람에 흔들리는 선례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조시장은 취임초와 4.11총선 때 등 여러차례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오직 서울시정(市政)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었다. 주민 직선시장으로서의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보다 큰 뜻을 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되지만 서울시민에 대한 약속위반이며 지자제의 참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여야 일부 중진들이 독자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겹쳐 정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당내경선을 거쳐 이미 확정된 후보를 돕든 말든 전적으로 본인의사에 달렸지만 어제까지 같은 정당에 속한 사람들이 옷만 갈아입고 나설 경우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후보난립은 선거의 과열 혼탁을 부추기고 인신공격 지역감정조장 등 원색적 부정적 선거운동 바람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올 대선은 정말 깨끗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리 정치문화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시험무대다. 대선에 나설 사람들은 그럴 능력이 있는지 그에 대한 분명한 입장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