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이현두/韓-美-佛 사고원인 분석 「3色」

  • 입력 1997년 8월 9일 20시 37분


지난 6일 괌 아가냐공항 인근에서 대한항공기가 추락한 직후 한국을 비롯해 각국 언론의 관심은 당연히 사고원인에 모아졌다. 사고발생 사흘째인 8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첫 현장조사가 이뤄졌으나 사고원인에 대한 각국 언론의 추정 분석은 사고 직후부터 경쟁적으로 이어졌다. NBC와 CNN 등 미국언론들은 NTSB 관계자의 말을 인용, 「조종사의 실수」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는가 하면 사고 직전 조종실에서 경고음이 발령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되게 보도했다. 어느 나라든 언론의 속성이 속보 경쟁이라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미국방송들이 사고원인의 초점을 「조종사의 과실」에 맞추고 있는 것은 어떤 저의를 갖고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만든다. 프랑스언론들은 미국언론과 대조적으로 기체 결함이 사고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 보잉사가 제작한 사고기가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부각시키려는 듯한 인상이다. 정작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NTSB는 8일 현지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NTSB를 인용한 모든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국과 프랑스 언론의 엇갈린 보도는 NTSB가 지금까지 밝힌잠정적인일부 사고 경위를 자국의 이해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괌 현지에서 활동중인 한국 사고대책반의 일부 관계자도 지난 85년 일본항공 점보기가 일본내 야산에 추락했을 때 일본언론이 「똘똘 뭉쳐」 사고원인을 기체결함으로 몰아간 것을 상기시키며 한국 언론의 「애국심」을 주문하고 있다. 모든 것은 진실규명이 최고의 가치다.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국익」을 개입시킨다면 사고의 교훈은 뒤틀린 모습으로 나타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현두 <사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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