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는 뇌간을 포함한 뇌 전체의 기능이 영구적으로 정지해 모든 의학적 치료방법을 동원해도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의학용어다. 그러나 뇌사를 법적인 죽음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오랜 기간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관습을 중시하는 문화권일수록 뇌사인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다. 우리 역시 그동안 몇차례 공개논의를 거쳤으나 반대여론이 아직도 만만치 않다.
▼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은 인공적으로 호흡과 심장박동을 최장 2주일까지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기간에 인체조직과 장기는 건강하게 살아 있다. 거의 모든 장기의 이식을 성공시킨 의사입장에서 보면 이 「죽은 사람」의 살아있는 장기는 하나 하나 생명처럼 소중해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심장은 뇌사자에게서밖에 얻을 길이 없다. 뇌사를 법적 사망으로 인정하자는 의료계의 요구는 장기만 이식하면 살 수 있는 사람을 살리자는 순수한 인도주의에 바탕을 둔 것이다.
▼ 뿐만 아니라 뇌사인정은 이제 현실적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나라들은 물론 동양권에서도 대만에 이어 최근엔 일본이 장기기증을 전제로 뇌사를 인정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로는 심장이 멎기 전에 장기를 떼어내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의료계 자율결정으로 뇌사판정에 의한 장기이식수술이 이미 1백50건이 넘게 이루어진 것이 현실이다.
▼5일 입법예고된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리도 뇌사자의 장기에 의존하는 소생(蘇生)시술이 양성화할 것이다. 그러나 뇌사제도가 의료복지에 바로 기여하려면 악용의 소지를 막을 세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본인 또는 가족의 진정한 의사와 관계 없이 뇌사제도가 악용되거나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을 뇌사로 잘못 판정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