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씨, 고개는 숙였지만…

  • 입력 1997년 8월 3일 20시 08분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어제 두 아들의 병역(兵役)면제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놓고 『구구하게 변명하거나 사실관계 해명을 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체중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두 아들이 부정하게 군복무를 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의 유감표시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속시원히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조차 이런 식의 해명이라면 하지 않으니만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대표 장 차남의 병역시비 핵심은 그들의 병역면제에 고의성이 있었느냐 여부로 모아진다. 사람들은 키에 비해 몸무게가 형편없이 떨어지는 두 아들의 신검결과가 의도적 살빼기로 결격사유를 만든 것은 아닌지, 혹시 신검과정에서 조작은 없었는지 궁금해한다. 차남의 병적(兵籍)기록에 백부모가 부모로 기재되었다거나 가필흔적이 있다는 점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두 아들이 모두 결격사유로 병역의무를 면제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군통수권을 떳떳이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으나 지금은 그렇게 멀리 생각할 계제도 아니다. 우리가 보기에 이대표의 해명은 당장 국민을 납득시키고 이해를 구하는 데 미흡했다.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의혹의 불씨를 끌 수 있는 증거제시도 없었고 해명내용 또한 새로운 것이 없다. 야당들이 이대표의 해명직후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다며 대통령 후보직 사퇴까지 주장할 정도로 이번 사안은 심각하다. 야당측이 문제를 대선용 정쟁거리로만 몰고간다는 여당주장을 수긍 못할 바 아니나 국민이 이번 사안의 진상을 낱낱이 알고 싶어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대표가 정말로 떳떳하다면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를 자청(自請)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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