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회의 연기]기아-채권단,「포기각서」 공방

  • 입력 1997년 8월 1일 20시 21분


채권금융단이 1일 대표자회의를 또 연기함에 따라 기아그룹의 정상화를 놓고 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채권단은 진로와 대농의 경우처럼 경영권 포기각서를 확실하게 받아놓지 않으면 계속 끌려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기아그룹이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보완된 자구계획서 내용도 큰 변화가 없는 등 자구노력 의지가 「실종」됐다는 게 채권단의 생각. 채권은행장들은 특히 이날 기아측의 무성의한 자세에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은행장들은 『자구계획에 성의가 없는 게 확인된 이상 회의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며 『기아그룹은 자구의지를 보여주기는커녕 회사사정을 변명하는데 급급하고 있다』며 기아의 태도에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기아측은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할 경우 金善弘(김선홍)회장 체제가 흔들리고 이럴 경우 회사 신임도마저 위태롭게 된다』고 설명했으나 채권단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또 기아특수강의 공동 경영과 관련, 기아는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에 구두로 통보했을 뿐 이날 채권단에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설명하지 않아 채권단의 분노를 샀다. 채권단은 또 감원계획과 관련, △기아측은 3천4백명의 직원을 줄이겠다고 하고 △이 회사 노조는 1천4백명의 「인력 재배치 및 이동」에 동의키로 하는 등 아구가 안맞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푼이라도 지원을 받아야할 기아그룹이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을 거부한 것은 채권단이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어 포기각서를 행사, 제삼자인수를 「선언」할 것으로 걱정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오는 4일 대표자회의를 속개할 계획이지만 기아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한 추가자금지원은 물론 부도유예협약 적용 자체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현대 대우 삼성 LG 등 기아인수를 둘러싼 거대그룹의 행보가 변수로 작용, 삼자인수처리가 가속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현대 대우그룹이 기아특수강을 공동경영키로 선언한데 따라 삼성이 어떤 대응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제일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아가 자력갱생하는 게 채권단으로서는 가장 속 편하다』면서 『모든 것은 기아의 자구의지에 달려있으며 정상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부도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강운·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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