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만화유해 논쟁

  • 입력 1997년 8월 1일 19시 51분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음란 폭력성 만화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일부 만화가들이 이에 반발, 절필을 선언하는 등 만화의 유해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21세기 고(高)부가가치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화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창작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일부 만화가 유해시비에 휘말리게 된 데는 만화내용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이 주 독자층이다. 아무리 성인만화라는 타이틀을 내걸더라도 현재의 여건으로는 청소년들을 차단할 보호장치가 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 점에서 만화는 영화 등 다른 매체와 구별된다. 실제로 일부 만화를 보면 섹스나 폭력 자체가 테마이거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과 잔혹한 폭력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들이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될 때 그 해악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만화의 음란 폭력성은 엄밀히 따져볼 때 창작의 자유와는 별개의 문제다. 표현의 자유는 사회 전체의 건강한 윤리와 도덕이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만 보호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물의 유해 여부를 가리는 주체가 검찰 등 사법당국일 경우 선의의 만화가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의 창작의욕을 위축시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불량만화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으나 검찰은 최근에야 청소년문제가 부각되자 수사를 시작했다. 따라서 특정 분야를 노려 수사를 벌인다는 비난과 함께 만화가들의 반발을 자초한 꼴이 됐다. 과거 외설논쟁에서 경험했듯이 불량만화 추방을 위해서는 일회성 단속이나 처벌보다는 만화가 스스로, 혹은 민간차원의 정화노력이 더욱 바람직함을 관계당국은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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