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안치원/지하철 걸인이 핸드폰을 갖고…

  • 입력 1997년 7월 25일 07시 39분


어느날 한가한 낮시간 지하철 안에서의 일이었다. 친구와 좌석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20대로 보이는 남자가 승객들에게 일일이 쪽지를 돌렸다. 나는 지하철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들여다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그 걸인이 쪽지를 거두며 일부 승객들이 건네는 돈을 모두 받아갔다. 그는 한쪽 빈 자리에 앉더니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세어보고 있었다. 나는 먼저 그 액수에 놀랐다. 천원짜리가 40∼50장은 돼 보였고 만원짜리도 꽤 있었다. 순간 「걸인의 하루 벌이가 저 정도면 할만하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잠시후 더 기가 막힌 장면을 목격했다. 돈을 다 세어 주머니에 넣더니 그 걸인은 안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냈다. 다름아닌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하는 게 아닌가. 너무나 황당해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다. 아무리 물질만능주의 시대라지만 시민들의 돈을 구걸하여 살아가는 사람이 휴대전화까지 갖고 있는 모습에 배신감같은 걸 느꼈다. 시민들도 정말 일을 못할 정도로 몸이 불편한 사람인가 등을 잘 살펴보고 도와주어야 하겠다.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도와달라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 먹고살기 위한 동냥이 아니라 일하기 싫어 손을 벌리는 사람은 도와줄 필요가 전혀 없다고 본다. 안치원(인천 남동구 만수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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