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고구려를 위하여」

  • 입력 1997년 7월 22일 08시 09분


듣기만해도 가슴 설레는 이름, 고구려. 그 웅혼한 기상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고구려 후예의 치열한 삶을 그린 대하소설. 동아시아의 대국 고구려가 멸망하고 당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20여만명의 고구려 유민들. 대륙의 황량한 벌판에 유폐당하면서도 조국의 혼을 잊지 않고 당나라와 당당히 맞서 싸웠던 그들의 감동적인 드라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명장 이정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때는 8세기 초. 고구려 유민의 아들로 태어난 이정기는 말단 무사로 출발해 26세의 나이로 쿠데타를 일으켜 당나라 전복과 고구려의 부활을 노래했던 인물. 2만 정병을 이끌고 발해만을 거쳐 산동반도에 상륙, 하남 일대를 장악해 당나라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당의 황제 덕종은 그를 피해 도주하기 일쑤였다. 당시 그의 휘하 영토는 고구려 전성기를 방불할 정도. 신라 발해 일본과의 해상 무역도 독점했다. 장보고의 해상 장악도 이정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소설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이같은 민족적 쾌거가 왜 1천2백여년동안 어둠에 묻혀있었는지.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저 부르고 돌아서버릴 이름이 아니라 달려가 부둥켜안고 뒹굴며 몸부림쳐야 할 이름, 아 고구려. 소설 한편이 이처럼 엄청난 울림을 가져올 줄이야. 민족의 뿌리를 찾는데 여념이 없는 저자는 「한국문화 닮은 아시아 10만리」 등의 글을 쓴 바 있다. 전3권. 김병호 지음(하서·각권 6,500원)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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