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철도청의 느닷없는 피서철 요금인상

  • 입력 1997년 7월 18일 19시 31분


▼철도여행의 인기가 대단하다. 기차역이나 여행사 등에 설치된 예매창구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기차표 예매는 출발 30일 전부터 하고 있지만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의 표는 예매 시작 이후 얼마 안돼 매진된다. 주말의 경우 예매를 하지 않고 무작정 기차역으로 나가는 것은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기차타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기차여행의 장점은 안락함과 신속함이다. 짜증날 정도로 곳곳이 막히고 도착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도로여행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여름 휴가철 해수욕장이나 명승지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이다. 휴가철 차를 이용할 경우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씩은 갖고 있다. 모든 것을 툭툭 털어버리고 떠나는 휴가여행의 낭만을 만끽하기에도 기차는 더없이 어울린다 ▼기차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철도청의 콧대가 이만저만 높지 않다. 일년중 철도수요가 가장 많은 이달 21일부터 8월10일까지 휴가철 특별수송기간에 철도요금을 10% 올려 받겠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관련법에 근거 규정이 있다지만 「타고 싶으면 돈을 더 내고, 싫으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식의 배짱이나 횡포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이 사실을 승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시행한 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모르고 표를 사려다 예매창구 앞에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휴가승객들이 기차쪽으로만 몰려 교통수요 분산을 위해서』라는 철도청의 변명도 구차스럽기 짝이 없다. 명색이 공기업인 철도청이 이런 식으로 편법인상을 한다면 피서지에서 요금을 올려 받는 악덕상인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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