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바트화(貨) 폭락으로 비롯된 외환위기가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번지면서 동남아시아의 금융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외환시장 혼란은 아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우리 금융기관이 동남아에 제공한 자금은 1백55억달러에 이르고 직접투자와 교역도 활발하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투자손실 환차손(換差損)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주변국가 및 국제금융기구들이 위기확산을 막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태국의 외환위기는 국제외환투기꾼들의 바트화 투매에서 비롯됐다. 바트화 매입으로 국제투기꾼들에 대항하던 태국 중앙은행이 견디다 못해 지난 2일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변동환율제로 바꾸자 바트화 가치가 폭락했다. 그러나 위기의 근본원인은 고속성장 과정에서 빚어진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에 있다. 무분별한 외자도입과 수출부진, 국제수지적자, 급증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으로 단기성 국제투기자금인 핫머니의 공략대상이 됐다.
동남아 외환위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경쟁력 하락에 의한 수출부진과 외채누증 국제수지적자확대 등 외환위기를 초래할 요인을 우리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증대를 통한 투자재원 확보 및 외국자본의 국내투자유치, 수출경쟁력 제고, 적정한 외환보유고 유지 등 경제의 건전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자본자유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핫머니 등 해외자금에 대한 통제장치를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안정적인 환율정책으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을 억제해야 한다. 국제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핫머니 세력에 맞서 환율안정을 기하는 데는 외환부족시 긴급자금을 상호 지원하는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간의 공동협의체 구성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