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LA다저스와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경기. 「한국의 자랑」 박찬호가 선발로 나선 이날 경기에서 다저스 엔트리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안방자리」에 낯익은 포수 마이크 피아자 대신 톰 프린스가 들어앉은 것.
박찬호는 이날 경기에서 5.2이닝동안 피안타 4개로 3실점, 비교적 괜찮은 투구를 했지만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날 박찬호의 투구는 이전의 다른 경기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투심패스트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 것.
이는 그만큼 박찬호가 마음 편히 공을 던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박찬호는 그동안 피아자가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는 다양한 공을 뿌리지 못했다. 피아자가 복잡한 공을 던지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날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인 프린스를 파트너로 맞아 안정되면서도 다양한 투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OB 김인식감독의 재치있는 포수 기용작전이 재미있다. 김감독은 원바운드 볼이 많은 박명환이 마운드에 오르는 경기에는 바운드볼 캐치능력이 뛰어난 최기문에게 마스크를 씌운다. 또 다소 신경질적인 김상진이 던지는 경기에는 팀내 포수 중 투수리드가 가장 안정됐다는 김태형을 내세운다.
김감독의 이 포수기용 작전은 지금까지 잘 맞아떨어졌다. OB가 초반의 부진을 씻고 14일 현재 상위권 4팀에 끼여있는 것도 이같은 포수기용의 순발력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는 부부나 마찬가지다. 고감도 야구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일성(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