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39)

  • 입력 1997년 7월 14일 08시 01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92〉 『당신의 나라는 대체 어느 나라입니까?』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그러나 선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성자님께서 조개똥을 주우며 다섯 달 동안 사셨던 바로 그 나라지요』 나는 깜짝 놀라며 선장을 올려다보았고, 그제서야 선장은 실토하였습니다. 『성자님이시여,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 배는 당신이 살았던 그 왕국의 임금님의 배랍니다. 우리의 임금님께서는 성자님께 크나 큰 은혜를 입었는데도 성자님께 아무런 보답을 하지 못하여 괴로워하던 차 마침내 우리를 시켜 성자님을 고향까지 모셔다 드리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것만이 성자님께 해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성자님께서 기거하시던 그 동굴 아래에다 배를 대었던 것입니다. 성자님을 태워 바그다드까지 모셔다드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배 안에는 갖가지 값비싼 보물들이 가득하답니다. 그것들은 모두 임금님께서 성자님께 드리는 선물이랍니다. 성자님께서는 워낙 결백한 분이라 미리 말씀드리면 거절하실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우리의 임금님께서는 바그다드에 도착한 뒤에나 그 사실을 말씀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왕의 따뜻한 마음씨를 알고 눈시울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알라께 그분의 장수를 빌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마침내 바그다드에 도착하였고 나는 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나를 바그다드까지 데려다주었던 배는 며칠 뒤 그 아름다운 바닷가 왕국으로 되돌아가기 위하여 먼 항해에 올랐습니다만 나의 마음은 그 배와 함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돌아가는 그 바닷가 왕국에는 나의 사랑스런 공주와 공주의 뱃속에서 꼬물거리며 자라고 있을 아이가 있으니까요. 이것이 나의 다섯번째 항해 이야기입니다만, 나는 이번 항해를 통하여 일곱 포대의 진주와 왕이 나에게 선물한 갖가지 진귀한 보물들을 산더미처럼 벌어온 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전혀 기쁘지가 않았습니다. 이번 항해를 통하여 나는 또 다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말았으니까요. 이야기를 마친 뱃사람 신바드는 눈시울을 적신 채 입을 다물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잠시 후 좌중의 한 사람이 질문했다. 『당신은 그 뒤 다시 그 바닷가 소왕국을 찾아가지는 않았습니까?』 그러자 주인은 다소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나는 두번 다시 거기에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나는 거기가 어디쯤인지,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도무지 기억해낼 수 없었거든요』 이렇게 말하고난 주인은 잠시 후 덧붙였다. 『그때 이후로 나는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나의 사랑스런 공주와 공주의 뱃속에서 꼬물거리며 자라고 있을 아이를 생각한답니다』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그때 주인은 말했다. 『자, 오늘은 이만합시다. 내일은 여러분들께 나의 여섯번째 항해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로 하지요』 이렇게 말하고난 주인은 하인을 시켜 짐꾼 신바드에게 금화 백 디나르를 주라고 했다. 그리고 짐꾼에게 말했다. 『형제여! 내일 또 와준다면 이 늙은 것은 기쁘기 한량 없을 것이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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